퍼팅 그린에 설 때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번엔 꼭 넣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고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1~2초밖에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가만, 이번에도 홀을 크게 지나치면 어쩌지. 아니, 짧아선 안 돼. 과감하게 쳐야지. 반드시 홀을 지나쳐야 버디든, 파세이브든 가능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다시 고개를 들고 홀 쪽을 바라보고 나서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런데 이거, 브레이크를 제대로 보긴 본 거야. 왼쪽에서 오른쪽이 아닌 거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눈 꼭 감고 치는 거지, 뭐.” 

이런 생각 끝에 퍼팅을 하고 나면 반드시 나쁜 결과가 나왔다. 3퍼팅은 물론 4퍼팅도 예사였다. 특히 학기 말 토너먼트 같은 공식 대회에선 끝까지 타수를 세기 때문에 퍼팅을 하기가 더욱 만만찮았다. 퍼터를 손에 쥘 때마다 몰려오는 중압감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파4 홀에서 2온을 해 놓고도 더블보기를 한 적도 있다. 4퍼팅을 했다는 뜻이다. 울화통이 터져 퍼터를 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골프스쿨(PGCC)에서 연수할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골프 전문스쿨 PGCC에서도 퍼팅은 따로 지도하는 이가 없었다. 고민 끝에 필자는 쇼트게임 전문 강사 브라이언 지멘을 찾아갔다. 

“퍼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퍼터를 바꾸는 게 효과가 있을까요.” 

그러자 지멘 강사는 빙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퍼팅엔 왕도가 없다. 설령 퍼터를 바꾼다 해도 마찬가지다. 당장 기분은 달라지겠지만 결국 퍼팅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퍼팅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PGA투어의 프로들도 마찬가지다. 라운드 때마다 퍼터를 바꿔 들고 나가는 프로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지 않나. 결국 훈련을 통해 퍼팅 감각을 유지하는 게 최선책 아닐까.” 

그 길로 퍼팅 그린으로 달려갔다. 30분만 퍼팅을 해도 고개가 뻐근하고, 허리가 아팠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퍼팅 훈련은 도대체 재미가 없다. 여분의 퍼터를 마련해 놓고 집에서도 퍼팅 연습을 했다. 마침 카펫이 있어서 따로 매트를 깔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처음엔 거리 훈련부터 했다. 식탁 앞에서 소파 앞까지. 5개의 공을 때려 비슷한 지점에 세우는 연습을 했다. 그러곤 차차 거리를 늘려 갔다. 시간이 흐르자 마치 영점 조정을 하듯 5개의 공이 한 지점에 모였다. 점점 재미가 붙었다. 필드에서 롱퍼팅을 남겨 놓고도 거리 감각만큼은 자신 있었다. 3퍼팅이 줄어들면서 자신감도 생겨났다. 방향보다 거리가 우선이란 말이 실감 났다. 

얼마 전 구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P선배가 필자에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난 말이야, 퍼팅만 잘하면 금방 싱글 될 거야. 18홀을 돌면 3퍼팅이 열 차례를 넘는다네. 방법이 없을까.” 

퍼팅은 오른손의 예술이다. 당구를 칠 때와 감각이 비슷하다. 무엇보다 양손에 힘을 빼야 한다. 당구에서 왼손이 ‘큐걸이’ 역할을 하듯 골프에서도 왼손은 퍼터를 잡는 역할 이상을 하면 안 된다. 그러곤 당구에서 가볍게 공을 때리듯 오른손의 감각으로 밀어 주는 거다. 연습을 하면 거리감은 저절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