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은 골프라는 행위중 제일 재미없게 시작한다.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의 말이다.

 

드라이버처럼 질러대는 맛도 없고 아이언처럼 쩍쩍 들러붙는 맛도 없다. 주로 주말골퍼중 하이핸디캐퍼들의 말이 그렇다.

하지만 퍼팅은 골프라는 행위중 가장 재미있게 끝난다. 골프에 빠져 들수록 퍼팅은 재미 있고

드라이버나 아이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철학이 존재한다. 골프의 진경을 터득한 로우 핸디캐퍼들의 말이 그렇다.

골프라는 행위의 여타 과정에서 경험할 수 없는 심오함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대가 어느 쪽이든 퍼팅은 골프라는 행위의 완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골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중요해 진다. 모든 골퍼들의 말이다.

 

퍼팅이 중요하다. 행위자체의 상대적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위로 말하면 골프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퍼팅은 그 순서에 비추어 엄청난 중요도를 내포하고 있다.

 

골퍼는 맨 먼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것이다. 그러다 실수했다면 다음 세컨샷에서 만회할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가 실수한 후 바로 다음 샷에서 만회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다음 샷이라는 희망이 있다.

 

세컨샷에 실수했다면 어프로치나 숏게임에서 만회할 희망이 있고 칩샷에서 실수했다면 퍼팅에서 만회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샷의 순서상 맨 마지막 결론부에 해당하는 퍼팅에서 실수하면 만회할 곳이 없다. 그대로 한 타를 먹어야 한다. 퍼팅은 절벽같은 마지막 결론이기 때문이다.  

 

내공이 깊은 동반자와 라운딩을 하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한참 러프를 헤매고 홀아웃하면 점수는 대개 트리플 보기나 쿼드러플 보기로 끝나는데

고수는 아무리 헤매도 보기 아니면 더블보기다.

 

왜 그럴까? 가능한 해답중 하나가 퍼팅에 있다. 로우 핸디캐퍼는 불필요한 퍼팅을 회피하는 플레이를 하지만 하이 핸디캐퍼는 불필요한 퍼팅을 찾아내서 한다.  

 

퍼팅을 잘 하려면 절대적인 두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그린을 잘 읽어내는 능력이고

둘째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능력이다. 그린을 제대로 읽고, 읽은대로 공을 보내면 퍼팅은 화려하게 완성된다. 무엇이 더 필요하랴?

 

하지만 오늘날 우리들이 알고 있는 퍼팅엔 많은 오해와 진실의 왜곡이 있다.

이 글은 바로 그 오해와 왜곡을 떨쳐버리고 바로 펴는 과정이다.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능력중 더 중요한 것이 그린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퍼팅의 정확한 스트록은 꾸준한 연습으로 어느 수준까지 성취가 가능하지만

그린을 읽는 능력은 연습과 천부적인 감이 절묘하게 조화되어야 할 뿐더러

연습을 따로 하는 골퍼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몸과 정신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단기간에 퍼팅 능력의 엄청난 향상을 유발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린은 골프장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동시에 가장 비싼 곳이다.

그린을 만들기 위해 그 작은 땅덩어리에 들어가는 재료가 엄청나다.

마스터즈 골프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의 어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그린중엔 밑에 온수 파이프로

온돌을 깔고 앉은 그린도 있다. 온도를 유지해야 잔디의 생육과 그린의 스피드를 맞출 수 있다.

 

그대가 지불하는 골프장 입장료를 'Greens Fee'라 부르는 이유는 그 중 상당부분이 그린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 그린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퍼팅이다.

 

그린을 제대로 읽으려면 두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첫째는 그린의 언듈레이션(undul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그린의 스피드이다.

 

언듈레이션은 그린이 가지고 있는 굴곡인데 언듈레이션을 파악하려면 그린 전체가 앉은 모양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라운딩중이라면 그린에 공을 올린 후 걸어가면서 그린의 전체적인 경사와 앉아 있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라. 그렇지 않고 준비없이 그린 속에 덜렁 파묻혀 버리면 눈 앞의 언듈레이션에 미혹돼

그린 전체가 품고 있는 포괄적 경사를 놓칠 우려가 있다.

 

그린의 언듈레이션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린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물을 한 양동이 붓는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그린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이 흐르는 대로 그린도 흐르고 그린이 흐르는 대로 공도 흐른다.

 

하지만 그 아름답고 비싼 그린에 물을 부을 수 없고 설령 있다 해도 물 열여덟 양동이를 이고 지고

골프장을 누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은 머리 속으로 부어라. 처음엔 어렵겠지만 훈련을 하면 보인다 물이 브레이크를 타고 그린 위을 흘러가는 그림이...

 

물이 흐르는 대로 브레이크가 열리고열리는 브레이크를 타고 공도 흐르는 법이다.

평상시에 그린을 바르게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공과 홀컵까지의 거리는 목측만으로는 불완전하므로

항상 걸어서 실측으로 거리를 파악하고 공의 뒤에서 홀컵까지의 라인을 읽고

공과 홀컵의 반대쪽에서 라인을 한 번 더 읽는다.

 

두 가지 라인은 항상 동일해야만 한다. 잘못 읽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그 두가지가 서로 다르면

공과 홀컵의 반대쪽에서 읽은 라인이 정확한 것이고 경사가 있다면 낮은 쪽에서 읽은 라인이 정확한 것이다.

 

이 때 라인이 미묘하면 경험이 많지 않은 골퍼는 실수한다.

그린 전체가 품고 있는 경사를 잊지 말고 함께 생각해야 한다.

코스를 디자인 하는 설계자나 홀컵을 뚫는 그린키퍼들은

대개 페어웨이보다는 그린을 내주는 데 더 인색하고,

그린보다는 홀컵을 내주는데 더 인색하다.

 

눈 앞의 라인은 내리막인데 그린 전체의 경사는 오르막인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트릭으로 사용한다. 항상 그린 전체의 경사를 잊지 말라.

 

공의 뒤에서 홀컵을 바라보면 해빛이 있는 날 유난히 잔디결이 반짝이는 경우가 있다.

그린의 잔디가 아주 짧게 깍여 있다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잔디의 결은

그린의 스피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반짝이는 쪽이 순결이고 어두운 쪽이 역결이다. 순결은 빠르고 역결은 느리다.

 

그린의 빠르기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앞서 말한 순결과 역결뿐만 아니라

그 날의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등에 민감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영향력은 그린키퍼(greenkeeper) 의 마음 속에 있다.

그린을 짧게 깍고 롤러로 많이 누르면 엄청나게 빨라지고 잔디가 길고 소프트하면 느려진다.

 

그린을 읽는 행위는 조용하고 치밀한 행동이다. 경험도 풍부해야 하고 적응력도 뛰어나야 하며

거리와 방향에 대한 상상력도 갖추어야 한다. 종합예술이다.

 

어차피 거리나 방향은 개인의 스트록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브레이크 읽는 방법과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캐디가 읽고 놓아주는 대로 퍼팅을 하는 건 골프의 중요한 진경을 체험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로우 핸디캐퍼중 브레이크를 남에게 보아 달라는 사람은 없다.

그린을 읽는 행위는 섹스만큼 은밀하고

죽음만큼 개인적인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