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스코어를 가장 크게 갉아먹는 주적(主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성급함? 게으름? 엉성한 스윙? 다양한 답 중 아마도 ‘욕심’이 가장 많이 나올 것이다. 욕심이 스코어를 갉아먹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정확히 이등분하면서 페어웨이 정중앙에 떨어졌다.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이 아니라 ‘미잘공(미치도록 잘 친 공)’이다. 핀까지 기껏해야 100m도 안 된다. 버디 찬스는 따 논 당상 같다. 하지만 순간 욕심이 슬그머니 마음속으로 기어들어 온다. ‘OK 버디’가 나올 만한 굿샷을 날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골프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운동인가. 이럴 때 꼭 미스샷이 나오게 마련이다. 누군가 ‘제일 잘 맞았을 때가 제일 큰 위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욕심을 경계한 말이다. 

이럴 때도 있다. 샷하는 ‘족족’ 핀에 ‘착착’ 붙는다. 보기가 더러 나오지만 가끔 버디에 대부분 파 행진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싱글 스코어가 아니라 언더파까지 칠 태세다. 이 상황에도 시나브로 마음속을 파고드는 게 있다. 바로 ‘욕심’이란 놈이다. 갑자기 샷이 난초를 그리더니 더블보기, 트리플보기가 우수수 쏟아진다. 전반과 후반 스코어 차이가 10타를 훌쩍 넘는다. 이럴 때를 두고 ‘핸디캡이 코스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버디 친구 보기’란 것도 욕심을 경계하라고 나온 말이다. 버디 기회가 왔을 때 욕심이 나지 않는 골퍼는 없다. 하지만 과욕은 3퍼트를 낳고 버디는 보기로 돌변한다. 

아마 주말골퍼가 가장 욕심을 내는 게 바로 ‘장타’일 것이다. 거리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스윙이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장타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순간, 샷은 터무니없는 결과를 양산하게 된다. 악성 훅, 생크, 쪼루. 미스샷이란 미스샷은 모두 무모한 거리 욕심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프로골퍼들이 괜히 70~80%의 힘만으로 샷하는 것이 아니다. 빼놓은 힘 20~30%의 정체는 바로 ‘욕심’인 것이다. 경기 중에는 절대 리더보드를 보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리더보드를 보다 보면 괜히 성적에 연연하게 되고, 욕심이 생겨 그때부터 스코어가 엉망이 되는 탓이다. 

왜 욕심은 화를 부를까. 가장 큰 이유는 욕심은 긴장과 비례하기 때문일 것이다. 50㎝짜리 퍼팅도 그 결과가 버디냐, 파냐, 아니면 보기냐에 따라 몸의 긴장도가 달라진다. 보기 퍼팅이면 ‘툭’ 하고 치면 ‘톡’ 하고 떨어질 것 같이 편안하지만, 그게 버디 퍼팅이라면 몸은 어찌 상황을 잘 아는지 바짝 굳어진다. 

긴장뿐 아니라 실수의 횟수도 욕심과 비례해 커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욕심은 완전히 비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 완전히 비울 수는 있는 것일까. 사실 욕심 없는 골프는 너무 무미건조하다. 욕심이 없다면 긴장과 설렘도 없다. 스코어를 조금씩 낮추고 싶은 욕심은 골프를 흥미롭게 한다. 또 욕심은 긴장을 주기도 하지만 자극을 주기도 한다. 자극은 노력하게 만들고 노력은 스코어를 좋게 만든다. 욕심이 반드시 스코어를 갉아먹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욕심 많은 골퍼가 싱글 스코어도 빨리 작성한다는 사실을 여러 골프 고수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욕심이 독이 되는지, 아니면 약이 되는지는 욕심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골프스타 최경주는 자신의 골프 철학 중 하나로 ‘빈잔론’을 펼친다. 골프를 할 때는 마음을 비워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 잔도 채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비워야 할 것도 욕심이지만 채워야 할 것도 욕심이다. 

[오태식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 ot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