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까지 오르기만 했던 골프회원권 값이 그후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폭락하면서 신규 골프회원권 분양이 거의 중단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골프장의 공급과잉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입회금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120개 골프회원권의 평균 가격은 지난 4월에 3억 2천만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락하면서 11월말에는 1억 7천만원으로 무려 46%나 급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승할 요인보다는 하락할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국내경기침체가 앞으로 적어도 3~4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골프장이 매년 50~60개 개장하며,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해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골프회원권 값이 폭락하면서 투자목적으로 회원권을 샀던 골퍼들의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고 골프장산업 측면에서 보면, 신규 골프회원권 분양이 거의 중단되면서 공사중인 골프장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르는 문제점이 있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분양이 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시킬 수 없는 구조이다. 내 돈이 아니라 남(회원)의 돈으로 공사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원권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떨어질 때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골프장 인허가가 나면 금융회사가 건설회사의 보증으로 공사비를 대출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중의 자금난과 회원권 분양의 어려움 등으로 분양률이 높은 수도권이나 대도시권 골프장이 아니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해주지 않으면서 인허가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착공하지 못하는 골프장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자금여력이 충분한 기업이나 입지가 좋은 대도시권이 아니면 골프장을 짓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방에서 공사하는 골프장 중 적지 않은 골프장이 부도를 내거나 주인이 바뀔 것으로 보이고 추진중인 골프장들 중에도 자금력이 풍부한 곳을 제외하고 완공되는 골프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000억원에 달하는 골프장 프로젝트를 내 돈 100억원도 갖지 않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부는 이번 기회에 문제투성인 ‘입회금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입회금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2007년말 174개소 중 사단법인제 3개소, 주주회원제 4개소를 제외한 167개소에 달하고 있다. 이들 골프장들이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받은 장기예수보증금의 규모는 평균 645억원에 달했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기간이 평균 5년인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지방 골프장들이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해 부도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높다. 이들 지방 골프장 중 입회금 반환기간이 도래하면 회원 대부분이 반환을 요청할 것이고 반환자금이 없는 골프장들은 부도날 것이 뻔하다. 수도권도 안심지대가 아니다. 5년전보다 40% 정도 올랐지만 지방 골프장이 부도나면 그 충격으로 5년전 가격을 밑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회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골프장들은 시장경제원리에 맡겨둘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개장할 골프장에 대해서는 입회금 반환 부담이 없는 株主회원제로 유도하거나, 회원권 분양대금의 절반 정도를 자본금으로 확충하는 등의 보완책들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입회금제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는 政府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작 대응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소를 잃을 수밖에 없지만 외양간은 빨리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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