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랜드 특징 중 하나가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두루뭉술해진 점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회학자는 ‘여성은 대담해지고 오히려 남성들은 귀여워지고 연약한 모습을 지니는 신 모계사회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 합니다.
‘완소남’(완전하고 소중한 남자)도 그런 배경에서 나타난 신조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모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성들의 느낌이 더 강조되어 ‘싹싹하고, 부지런하며, 순진하면서도, 유머감각이 있고, 희생정신이 뛰어난 남자’가 완소남 후보랍니다. 최근 기업들도 소비촉진을 위해 ‘완소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특히 이 땅의 노총각들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소중해서, 거의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시장에 내놨을 때 아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자남’(완전히 하자로 뭉친 남자)은 ‘고집이 세고, 신경질적이며, 지나치게 출세욕이 높고, 잘 웃지 않고, 개인주의적인 남자’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관심 밖이라는군요.
 사석에서 만나는 골프 시청자들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TV를 시청하다 보면, 하는 행동이 귀엽고 예쁜 선수가 있는가 하면, 까칠하게(?) 느껴지는 선수가 있는데 실제 성격은 어떠냐는 것입니다. 제가 그 많은 선수들의 드러나지 않은 성격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는 중계현장에서 선수들에 관해 언급할 때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합니다만, 골프 마니아 대부분은 화면에 보여지는 이미지로 선수를 파악하게 마련입니다.
프로암대회는 선수들이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A선수는 프로암대회에서 만난 동반자들을 자신의 극성스런 팬으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자상한 배려를 무기로 아마추어들을 감동시키는 거죠. B선수는 프로암대회를 또 하루의 연습라운드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에 자기 플레이하기도 바쁩니다. 동반자들과 친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동반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그런 선수일수록 정작 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C선수는 늘 웃는 인상이죠. 당연히 화가 치미는 상황에서도 씨익! 웃고 맙니다. 비록 자신의 성적이 저조할지라도 상대 선수의 상위 입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인을 요청하는 갤러리에게도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대합니다. D선수는 우승 순간에도 경쟁하던 선수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법이 없습니다. 승부욕이 너무 지나쳐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선수의 마음이 편하질 않습니다.
E선수는 하우스 캐디들이 백을 꼭 한번 메고 싶어 안달입니다. 비록 아직 우승을 한 적이 없지만, 캐디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입니다. 모든 샷의 결과는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믿기 때문에 캐디 탓을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F선수는 걸핏하면 캐디를 나무랍니다. 그 선수의 캐디 얼굴이 화면에 비춘 적이 있었는데, 한마디로 벌레를 씹은 표정이었습니다. 캐디들 사이에서 이미 연판장(?)이 돌았다죠?
G선수는 협회 직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비난과 요구만 많다는 이유 때문이랍니다. 심지어는 직원들을 마치 머슴부리 듯 대합니다.
H선수는 직원들이 도와주고 싶어 합니다. 협회에서 공지한 각종 일정 들을 꼼꼼히 챙기고 스스로 솔선수범합니다. 그리고 항상 “수고 하신다”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스폰서 회사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미래학자인 와츠 왝커(Watts Wacker)는 “브랜딩은 자신을 알고 그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브랜드 관리는 밖에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죠. 와츠 왝커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끊임없이 자문하여 가치관을 명확하게 정립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로부터 존경받는 한 고참선수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코스에 돈이 널려 있는데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주울 생각을 해야지 조급증에 걸리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다나요?
프로선수가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하면 표정에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승부사 타이거 우즈도 미국 골프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늘 대하는 주변 사람들- 캐디, 동료, 스폰서 회사, 협회 직원, 언론 등-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고 노력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BS 코리안 투어 4년째를 맞아, 필드에서 많은 ‘완소남’ 골퍼들이 출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게 되면 투어의 발전은 물론 스폰서 계약도 그 만큼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연말에 남자 골프선수 ‘완소남’ 순위를 매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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