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1심 판결이 고법에서 진행한 2심에서는 '도박이 맞다'라는 판결로 뒤집어졌다.

내 생각에도 스트로크 당 수십 만원씩 거는 내기 골프는 도박이다. 그렇다 해도 홀 당 만원씩 상금을 주는 스킨스 게임은 도박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OECD 룰을 적용하는 스킨스 게임은 더욱 그렇다. 특정인이 큰 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스킨스 게임을 많이 한다.

아무런 상금이 없는 골프는 너무 맨송맨송하고 집중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이렇듯 주말 골퍼의 사랑(?)을 받는 스킨스 게임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말 골퍼가 아무 생각 없이 임하기 때문에 승률이 높아질 수가 없다. 지금부터 스킨스 게임의 승률을 높이는 전략을 알아보자.

전략 1
전반에는 오케이를 많이 준다

공식 용어로는 컨시드(concede)지만 대부분 '오케이(OK)'라고 부른다.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이를 넣지 않아도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오르막 직선 퍼트는 세 걸음까지는 오케이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만 단 한 걸음 남았어도 내리막 퍼트 혹은 사이드 힐 퍼트는 주기 어렵다. 성공 확률이 대단히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킨스 게임에서는 전반 라운드에는 웬만하면 상대방에게 오케이를 주는 것이 나의 승률을 높여준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숨어 있다.

첫째, 전반에는 상금이 적기 때문에 오케이를 줘도 큰 손실이 없다.

둘째, 적군에게 짧은 퍼트를 연습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전반에 짧은 퍼트를 할 기회가 없다 보면 후반 들어 스킨이 일곱 개가 걸린 중요한 짧은 퍼트가 남았을 때, 자신감이 없어져 십중팔구 실패하게 된다. 인심 후한 척 하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것이 전반 라운드에 오케이를 잘 주는 것이다.

그림1 레이크사이드 남 코스 10번 홀 그린.

그림2 렉스필드 레이크 코스 2번홀 티잉그라운드

좌 그림 -레이크사이드 남 코스10번 홀 / 우 그림 -렉스필드 레이크 코스 2번 홀

전략 2
공격적으로 플레이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전략인데 실행이 잘 안 된다. 왜냐하면 다수의 주말 골퍼들이 공격적인 플레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클럽을 무조건 세게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공격 루트를 설정할 때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렉스필드 레이크 코스 2번 홀(파5, 화이트 티 563야드)이 좋은 예다.

티 샷을 할 때는 내리막 285야드 지점에 연못이 있어 제대로 맞으면 물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주말 골퍼들이 3번 우드로 티 샷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전략이다. 3번 우드로 티 샷을 하면 대개 220야드 정도 지점에 멈춘다. 그 다음 샷은 내리막 라이에서 최소 150야드를 캐리로 보내야만 연못을 건너가게 된다. 거의 절반의 골퍼가 세컨드 샷을 물에 빠뜨리고 연못을 건너지 못한 상태에서 드롭하고 네 번째 샷을 하게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티 샷을 할 때 드라이버를 들고 죽을 힘 다해 보내는 편이 좋다. 운이 좋으면 약간 덜 맞아서 연못 바로 앞에 멈출 것이고, 제대로 맞으면 연못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의 드라이버 샷이 제대로 맞을 확률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설사 물에 빠진다고 해도 연못 앞에서 서드 샷을 하게 될 테니 다른 사람보다는 한 스트로크가 적다. 만약 연못 앞에 멈췄다면 이 홀의 승자는 당연히 내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예가 레이크사이드 남 코스 10번 홀(파4, 화이트 405야드)이다. 페어웨이 왼쪽에 연못이 있어 드라이버 샷을 강하게 치기 찜찜하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이 홀에 오면 갈등에 빠진다. 힘껏 치자니 왼쪽으로 감겨 연못에 빠질 위험이 많고, 부드럽게 치자니 세컨드 샷에서 180야드 이상의 거리가 남는다. 그래서 이 홀에서는 대개 보기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부드럽게 티 샷을 쳐놓고 세컨드 샷에서 4번 아이언 혹은 5번 우드로 공격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스킨스 게임에서는 이렇게 하면 스킨을 따낼 수 없다. 페어웨이 오른쪽을 목표로 삼고 있는 힘껏 친다. 제대로 맞아 드로우가 걸려 250야드를 보낼 수 있으면 이 홀은 무조건 파 또는 버디다. 운이 없어 연못에 빠지거나 토핑을 하게 되더라도 스리 온, 투 퍼트로 보기는 할 수 있다.

전략 3
때리는 퍼팅을 구사한다

골프 교과서에 의하면 퍼팅의 기본은 부드럽게 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미국의 빠른 그린에서나 통하는 스토리다.
우리나라의 무거우면서 속도가 느린 그린에서 이 이론을 적용하면 홀 바로 앞에 멈추는 짧은 퍼트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다섯 걸음 이내의 짧은 퍼트는 굴리지 말고 짧게 끊어 치는 '때리는 퍼트'로 대응해야 퍼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스킨스 게임처럼 '도 아니면 모'인 상황에서는 절대로 퍼팅이 짧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때리는 퍼트를 구사해야만 홀을 지나치는 퍼트가 나올 수 있다.

평소 집안 거실 한 구석에 퍼팅 매트를 깔아놓고 때리는 퍼트를 연습해 두어야 한다. 스킨스 게임이 아니더라도 세 걸음 이내의 퍼트를 할 때는 언제나 짧게 끊어 치는 스트로크를 구사해야만 퍼팅 성공률이 올라간다. 중계방송을 유심히 보시라. 타이거 우즈조차도 짧은 퍼트는 항상 때린다.

전략 4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한다

스킨스 게임에서 티 샷을 치고 보면 강력한 경쟁자가 한 명은 꼭 있게 마련이다. 페어웨이 한 가운데 좋은 라이에 놓인 볼 두 개.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자의 것이다. 이때, 경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야만 이 홀에서 이길 수 있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 중 가장 점잖은 방법이 경쟁자를 칭찬하는 것이다.

" 스윙이 많이 좋아졌어. 드라이버 샷이 250야드나 나왔네. 역시 왼팔을 쭉 펴고 스윙을 하니 거리가 많이 나는 것 같아. " 이 말을 들은 경쟁자는 세컨드 샷을 하면서 왼팔에만 신경을 쓰다가 곧바로 뒤땅을 치고 만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 부담 없이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린다.

신사도에 조금 어긋나는 방법으로는 상대방이 샷을 하기 전에 풀을 뜯어 날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소리가 작을수록 효과가 크다. " 뒷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은데, 짧게 잡아야 되겠어. " 그러면 상대방은 영락없이 그린에 못 미치는 샷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