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룰보다 에티켓이 더 중요시되는 스포츠입니다.
골프규칙 1장에도 에티켓의 중요성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에티켓을 강조하는 목적은 첫째,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둘째, 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셋째, 코스상태를 보호함으로써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티오프 시간 지키기, 늑장 플레이 하지 않기, 늦을 때는 패스시키기, 늦은 플레이 하지 않기, 앞 조에 쳐 넣지 말기, 그린에서 빨리 떠나기, 남이 샷 할 때 조용히 하기, 남과 동시에 티업하지 않기, 벙커정리, 볼 자국 수선하기,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등등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경기 진행 시간 지키기는 아마추어, 프로 골퍼 모두에게 중요한 에티켓입니다.
중계방송을 하다보면, 한 홀이 완전히 비어있어 카메라 워킹에 애로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골프 게임에 리듬이 있듯, 중계방송도 물 흐르듯 카메라가 선수를 따라가야 합니다.  

골프 황제 잭 니클러스도 한 때는 슬로우 플레이였습니다. 그래서 같은 조 선수나 대회 진행 요원 등에게 늘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기량은 뛰어나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지 모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태도로 인해 그와 함께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황금곰을 쓰러뜨릴 상대는 엽총이 아니라 計時員이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PGA의 엄격한 경기시간 규제에 의해 습관성 슬로 플레이가 고쳐진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미 L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경기시간을 지키는 일입니다. 각 국가별, 협회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회규모가 커지면서 경기시간 지연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LPGA의 경우, 경기 지연에 대한 룰을 살펴봅시다.
기본적으로 뒷 조는 앞 조가 지난 자리를 14분 이내에 통과해야 합니다. P5홀의 경우, 뒷 조는 앞 조 선수들이 그린을 벗어나기 전에 T샷을 마쳐야 합니다.

기준타수 한타마다 30초씩 계산하고 거기에 10초를 더한 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P3홀에서는 기준타수 3타에 30초씩 90초에다가 10초를 더해 100초를 넘기면 제재를 받습니다. P4홀은 131초부터, P5홀은 161초부터 벌타를 부과합니다.
벌타가 5차례 누적되면 2,500 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6차례부터는 매번 1,000달러의 벌금을 물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인 1개조의 경기시간은 4시간 20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 자신의 차례에서 샷을 할 때까지 시간이 45초 이내입니다. 이 시간은 그린에서는 본인이 칠 차례가 되었을 때부터이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샷을 하는데 방해를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볼이 있는 곳에 와서 클럽을 선택한 후부터 해당됩니다. 타임 파(홀별 소요시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P3홀은 12분, P4홀은 14~15분, P5홀은 17분 안에 마쳐야 합니다. 만일 슬로우 플레이가 발견되면 1차 경고 후, 1벌타, 2벌타, 실격 순으로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프로선수들은 엄격한 페널티로 지연습관이 고쳐진다지만, 주말골퍼들의 지연플레이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동속도가 워낙 느린 골퍼, 입문한 지 며칠 만에 코스에 나와 코스를 연습장으로 착각하고 연습스윙을 한없이 하는 골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볼을 찾겠다고 마냥 시간을 보내는 골퍼, 인터벌이 너무 길어 동반자의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골퍼, 과도한 내기로 인한 지체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즐거워야 할 모처럼의 라운드가 불쾌하게 끝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슬로우 플레이어가 자신의 습관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슬로우 플레이의 습관을 고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늦은 골퍼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된다는 말이겠지요.

‘내가 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하는 것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의 골프를 칭찬하는 것이다’ 아놀드 파머가 한 말입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골퍼라 할지라도 매너와 에티켓이 결여된 골퍼는 존경받지 못한다는 말이지요.